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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배게》•《Almohadon de Plumas》

갓 결혼한 알리시아와 호르단은 궁궐 같은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집은 여느 신혼부부처럼 사랑이 넘치는 집과는 달리,  약간은 딱딱해 보입니다. 둘은 서로를 너무나도 깊이 사랑하지만, 너무나도 소심하고 약한 성격의 알리시아와 남자답고 말수가 적은 호르단은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다. 남편인 호르단도 나름대로 아내를 깊이 사랑했으나, 결코 표현하는 법은 없었다.

그들의 집은 그녀가 오싹함을 느끼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방을 거닐 때마다 남편의 발소리는 집안 전체에 메아리쳤고, 오랫동안 비어 있던 집 자체가 소리에 민감한 것 같았다. 그렇게 알리시아는 그곳에서 가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점점 야위어 갔습니다. 처음엔 가벼운 감기에 걸렸지만 오래 않았습니다. 그 후 알리시아는 회복하지 못합니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된 알리시아는 남편의 부축을 받고 정원을 산책합니다. 그렇게 주변을 감상하고 있을 때, 호르단이 알리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다. 그러자 알리시아는 서러움에 눈물을 흘립니다. 그날 알리시아는 호르단에게 그동안의 서러움과 공포를 하소연합니다. 그리고 그날이 알리시아의 마지막 산책이 되었습니다.

다음날 그녀는 몽롱한 정신으로 깨어났습니다. 유심히 그녀를 살펴본 알리시아의 주치의는 일단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말했습니다. 의사들이 자주 그녀를 검사하러 오지만, 알리시아가 빈혈 증상이 있다는 사실만을 알아냈을 뿐,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다음 날, 알리시아는 더 악화되었습니다. 의사가 와서 진찰했지만 별로 성과가 없었습니다. 의사는 비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급성 빈혈이 있지만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가 점점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앨리시어는 항상 졸았습니다. 호르단의 잠자리가 되다시피 한 거실에는 항상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지친 기색도 없이 그는 끊임없이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녔습니다. 카펫이 그의 발소리를 감소시켰기 때문에 소음은 없었습니다. 이따금씩 알리시아의 침실에 돌아와서도 침대를 따라 말없이 방 안을 오가다가 침대 끝에서 한 번씩 멈춰 서서 아내를 바라보았습니다.

어느 날부터 알리시아는 환영을 보기 시작합니다. 의사들이 다시 찾아왔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도저히 알 수 없는 병으로 날마다. 매 순간마다 생명이 꺼져가는 하나의 삶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사들이 마지막 왕진에서 힘없는 그녀의 팔목을 매만지며 맥박을 살피는 동안, 그녀는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말없이 그녀를 진찰하고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호르단에게 그녀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말합니다.

알리시아는 밤에는 악화되었다가 새벽에 호전되는 빈혈의 반정신착란 상태에서 점점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낮에는 증세가 악화되지 않았지만, 매일 아침 깨어날 때는 소름 끼치도록 창백해져 있었습니다. 알리시아느누 아침에 눈을 뜨면 언제나 엄청난 무게에 짓눌려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 기분으로 깨어난 사흘째 날, 그녀는 더 이상 침대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알리시아는 머리를 까닥이는 것조차 힘겨워했습니다.

결국...... 알리시아는 죽었습니다. 나중에 텅 빈 침대를 청소하러 온 하녀는 잠시 베개를 바라보다 의아해했습니다. 하녀는 낮은 목소리로 호르단을 불렀습니다.

베개에 피 같은 것이 묻어 있어요.

호르단은 황급히 침실로 가서 베개를 살펴보았습니다. 실제로 알리시아의 머리가 놓여 있던 베개 양쪽에 두 개의 작고 검은 자국이 있었습니다. "주사 바늘에 찔려서 나온 것 같아요." 그것을 바라보던 하녀가 중얼거렸습니다. 하녀가 이번에는 베개가 지나치게 무거운 것을 이상히 여기고 호르단을 부릅니다. 호르단이 베개를 잘라봤더니, 그 안에 너무나도 거대한 기생충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 기생충이 알리시아의 피를 다 빨아먹어 버린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