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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

넓은 바다 한가운데, 사람이 살지 않는 외딴섬이 있었습니다. 그 섬에 프로스페로라는 노인이 그의 딸 미란다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미란다가 이 섬에 온 것은 그의 나이 세 살 때였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외딴섬에서 살아서 미란다가 아는 사람이라고는 그의 아버지뿐이었습니다. 미란다와 아버지는 섬 가운데 있는 바위 동굴 속에서 살았습니다. 동굴 속은 몇 개의 방이 나뉘어 있었습니다. 온갖 책들이 가득히 꽂힌 서재도 있었는데, 대부분 요술이나 마법에 관한 책들이었습니다.

아버지 프로스페로는 훌륭한 학자였습니다. 마법을 연구하고 요술을 부리는 마법사이기도 했습니다. 프로스페로가 처음 이 섬에 도착했을 때, 그는 마법을 연구한 덕분애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외딴섬은 원래 시코락스라는 마녀가 다스리던 곳이었습니다. 시코락스는 모든 일을 제 마음대로 처리했습니다. 그러나 섬에 살고 있던 수많은 요정들은 시코락스의 말에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시코락스는 자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착한 요정들을 모두 나무줄기 속에 가두었습니다. 요정들은 언젠가 시코락스가 자신들을 꺼내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참고 기다려도 그날은 오지 않았습니다. 요정을 나무줄기에 가둔 뒤 시코락스가 그만 죽어 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무렵, 프로스페로가 세 살배기 그의 딸을 데리고 이 섬에 도착했습니다. 섬을 둘러보던 프로스페로는 나무줄기 속에 수많은 요정들이 갇혀 있는 것을 보고는 마법으로 그들을 구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요정들은 프로스페로의 명령에 잘 따르게 되었습니다. 이들 중에는 에어리엘이라는 요정도 있었습니다. 에어리엘은 성격이 밝고 명랑한 요정이었습니다. 특히 시코락스 마녀의 아들인 카리반을 자주 놀려 주었습니다. 카리반은 아주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원숭이처럼 온몸에 털이 많았는데, 자세히 보면 사람인지 원숭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프로스페로는 카리반에게 착하고 유익한 여러 가지 일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시코락스에게서 못된 성품만 물려받았기 때문에 도무지 공부를 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프로스페로는 하는 수 없이 카리반에게 땔나무를 해 오게 하거나 물 긷는 것과 같은 힘든 일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이 일마저 게으름을 피웠기 때문에 요정 에어리엘에게 카리반을 감시하도록 했습니다. 에어리엘은 카리반이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피우면 그에게 달려가 엉덩이를 꼬집거나, 냇물에 떠밀어 빠뜨리기도 했습니다. 원숭이로 둔갑하여 카리반을 놀라게 했으며, 어떤 때는 고슴도치로 변하여 그의 발바닥을 찌르기도 했습니다.

프로스페로는 이런 요정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었기 때문에 바람을 불게 할 수도 있었고, 큰 파도를 일으킬 수도 있었습니다. 프로스페로는 오늘도 요정들을 시켜, 바다에 심한 풍랑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풍랑을 헤치고 지나가는 배 한 척이 있었습니다. 프로스페로는 그의 딸 미란다에게 배를 가리키며 저 배에는 자신의 동생 안토니오와 나폴리왕과 그의 아들이 타고 있음을 말합니다. 그리고 프로스페로는 자신의 과거와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설명했습니다.

이야기를 마치자 요정 에어리엘이 나타났습니다. 요정의 모습은 미란다의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프로스페로가 요정과 이야기 나눈다면 미란다는 아 마도 아버지가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프로스페로는 딸에게 마술을 걸어 그녀를 잠재우기로 했습니다. 프로스페로는 에어리엘에게 몇 가지 일을 지시했습니다. 프로스페로의 지시를 받은 에어리엘은 퍼디넌드 왕자가 있는 바닷가로 날아갔습니다. 퍼디넌드 왕자는 혼자만 살아 있다고 생각하며 비통한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퍼디넌드 왕자는 에어리엘이 부르는 노래에 이끌려, 큰 나무 그늘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습니다. 그곳에는 프로스페로와 미란다가 앉아 있었습니다. 미란다는 지금까지 아버지 외의 사람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퍼디넌드 왕자를 처음 본 미란다는 깜짝 놀랐습니다. 미란다는 남자란 다 아버지처럼 얼굴이 험상궂게 생긴 줄 알았습니다. 수염도 하얗게 기르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젊은 왕자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매우 깔끔했습니다. 미란다는 젊고 아름다운 왕자를 보고는 그만 넋을 잃었습니다. 퍼디넌드 왕자도 미란다를 보자 넋을 잃었습니다.

프로스페로는 퍼디넌드 왕자와 미란다가 첫눈에 좋아하게 된 것을 보고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그러나 퍼디넌드의 진심을 알아보기 위해 둘 사이를 방해하기로 했습니다. 프로스페로는 퍼디넌드가 염탐꾼이라 동굴에 가둡니다. 하지만 프로스페로는 퍼디넌드 왕자를 동굴 속에 그렇게 오래 가두지 않았습니다. 며칠 후 그를 동굴 밖으로 끌어내어, 통나무를 쌓아 올리고 우물물을 걷게 하는 등 힘든 일을 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책을 읽으며 퍼디넌드 왕자의 거동을 살폈습니다.

퍼디넌드 왕자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일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일을 해도 지 쳐 쓰러지기 일쑤였습니다. 미란다는 힘들어하는 왕자의 모습을 보고는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때 퍼디넌드 왕자가 미란다의 이름을 물었습니다. 프로스페로는 남자에게 절대로 이름을 가르쳐 주지 말라고 말해두었습니다. 프로스페로는 미란다가 자기의 당부를 어기고, 주저 없이 이름을 말하는 것을 보고는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그러나 프로스페로는 퍼디넌드의 진심 어린 사랑을 확인하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잠시 후, 프로스페로는 요정 에어리엘을 불렀습니다. 곧이어 안토니오와 나폴리 왕이 프로스페로 앞으로 불려 왔습니다. 형을 본 동생 안토니오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잘못을 받았습니다. 나폴리 왕 또한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습니다. 프로스페로는 그 두 사람을 용서하고, 퍼디넌드와 미란다를 데려왔습니다. 나폴리 왕은 우아하고 기품 있는 미란다를 보고는 크게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아들 퍼디넌드가 결혼할 여자라고 소개하자,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프로스페로는 사람들과 함께 동굴 속으로 들어가 마지막 식사를 했습니다. 이튿날, 프로스페로는 섬을 떠나기 앞서 요정 에어리엘을 불렀습니다. 프로스페로는 모든 요정들을 자유롭게 해 주었습니다. 잠시 후, 배는 에어리얼의 보호를 받으며 무사히 밀라노 왕국에 도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