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 왕>
브리턴 왕국의 리어 왕에게는 딸이 셋 있었습니다. 큰딸은 올바니 공작과 결혼한 고너릴이었고, 둘째 딸은 콘월 공작과 결혼한 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막내딸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코델리아였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왕과 버간디 공작, 이 두 사람은 코델리아에게 청혼하기 위해 함께 궁전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이 무렵 리어 왕은 여든이 넘은 나이였습니다. 수십 년 동안 나라를 다스렸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모두 쇠약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리어 왕은 세 딸을 불러, 누가 얼마만큼 자기를 사랑하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자기를 가장 깊이 사랑하는 딸에게 가장 많은 영토를 물려줄 생각이었습니다. 먼저 큰딸 고너릴에게 물었습니다. 고너릴은 아버지인 리어 왕을 조금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영토를 물려받을 욕심으로 그럴듯한 말을 꾸며 댔습니다. 리어 왕은 그 말을 듣고는 기쁘게 생각해서 고너릴에게 영토의 3분의 1일 물려주었습니다. 리건도 언니 고너릴처럼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영토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에 거짓으로 꾸며 댔습니다. 리어 왕은 리건에게도 영토의 3분의 1일 물려주었습니다.
리어 왕은 마지막으로 막내딸 코델리아에게 물었습니다. 코델리아는 리어 왕이 가장 사랑하는 딸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대답이 나올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언니들이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그럴듯한 거짓말을 하는 것을 못마땅했습니다. 언니들이 하는 말들은 결국 더 많은 영토를 손에 넣기 위한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코델리아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코델리아는 한 치의 꾸밈도 없이 사실대로 대답했습니다.
이 대답을 들은 리어 왕은 매우 화를 냈습니다. 리어 왕은 원래 성격이 급한 데다 지금은 너무 늙었기 때문에 아첨과 진심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졌습니다. 리어 왕은 코델리아에게 주려고 남겨 두었던 영토의 3분의 1을 교활한 두 언니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리어 왕은 여러 신하를 모아 놓고 두 딸과 두 사위에게 왕국의 모든 권력을 맡긴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자기는 1백 명의 기사를 거느리고 한 달씩 번갈아 가며 딸의 궁전에서 머물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두 딸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신하들은 리어 왕의 경솔한 결정을 몹시 유감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나서서 충고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모두들 그런 말을 입밖에 냈다가는 성급한 리어 왕의 미움을 사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직 한 사람, 켄트 백작만은 달랐습니다.
켄트 백작은 고집은 세지만, 용기 있고 믿음직한 사나이였습니다. 물론 리어 왕의 가장 충실한 신하이기도했고, 의논 상대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리어 왕을 마치 아버지처럼 따르며 받들었습니다. 켄트 백작이 리어 왕에게 솔직한 충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화가 난 리어 왕은 켄트 백작을 추방시켰습니다. 켄트 백작이 떠난 후, 리어 왕은 궁전에 머물고 있는 프랑스 왕과 버간 공작을 불렀습니다. 재산 때문에 코델리아 공주와 결혼하려고 했던 버간 공작은 두말없이 결혼 신청을 취소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왕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코델리아의 진실한 마음을 알고 있는 프랑스 왕은 변함없이 코델리아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코델리아는 프랑스 왕과의 결혼하기 위해 브리튼 왕국을 떠났습니다. 코델리아가 떠나자, 언니들은 마침내 본성을 드러냈습니다. 리어 왕은 약속대로 처음 한 달 동안은 큰딸 고너릴의 궁전에서 머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리어 왕은 고너릴의 모든 말이 거짓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카이아스라는 사람이 리어 왕을 찾아왔습니다. 리어 왕은 그를 하인으로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카이아스는 리어 왕에게 추방 명령을 받은 켄트 백작이었습니다. 켄트 백작은 리어 왕이 언젠가는 위기에 처할 것이라 생각하고는 몰래 왕국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리어 왕은 더 이상 고너릴의 궁전에 머물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리건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리건도 마찬가지로 괴롭게 했습니다. 못된 딸들에게 괄시를 받던 리어 왕은 차츰 머리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밤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무서운 폭풍우가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딸들은 여전히 리어 왕을 성안에 들여보내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 리어 왕이 어릿광대와 함께 폭풍우 속을 헤매는 것을 발견한 사람은 리건에게서 풀려난 카이아스였습니다. 켄트 백작은 리어 왕을 자기의 도버 성으로 모시고 갔습니다. 그런 다음 자신은 프랑스로 건너갔습니다. 마침내 코델리아를 만난 켄트 백작은 언니들의 못된 행실을 낱낱이 고했습니다. 프랑스 왕은 코델리아에게 군대를 내주었습니다. 한편, 리어 왕은 성을 빠져나와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코델리아의 군대에게 발견되었습니다. 리어 왕은 아주 미쳐버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의사를 불러 리어 왕을 치료하게 했습니다. 치료 덕분에 리어 왕은 비로소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리어 왕은 그제야 진실한 마음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한편, 아버지 리어 왕에게 차마 못된 짓을 저지른 큰딸 고너릴과 둘째 딸 리건은 남편에게도 성실한 아내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남편 이외의 한 남자를 사랑했는데, 공교롭게도 에드먼드라는 남자였습니다. 이 무렵, 콘월 공작이 죽자 혼자의 몸이 된 리건은 에드먼드와의 결혼식을 서둘렀습니다. 그러자 고너릴이 불 같은 질투심에 리건에게 독약을 먹여 죽였습니다. 그 일은 곧 드러났습니다. 고너릴이 독약을 넣을 때, 이를 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 사실을 올바니 공작에게 알렸고, 올바니 공작은 부정한 아내를 붙잡아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그 후, 고너릴은 감옥에 갇힌 것을 몹시 화를 내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코델리아는 글로터스 백작이 지휘하는 고너릴과 리건의 연합군에게 패하여 포로가 되었습니다. 흉악한 음모를 꾸미던 글로터스 백작은 그날로 코델리아를 죽이고 말았습니다. 효성스러운 딸 코델리아를 잃은 리어 왕은 살아갈 희망을 잃고 다시 미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세상을 떠났습니다. 리어 왕이 죽자, 켄트 백작도 시름시름 앓더니 왕의 뒤를 쫓듯 죽고 말았습니다. 한편, 교활한 글로터스 백작에게도 천벌이 내려졌습니다. 그의 흉계가 모두 탄로 나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 후, 고너릴의 남편인 올바니 공작이 리어 왕의 뒤를 이어 왕국의 새 주인이 되었습니다.
리어 왕은 두 딸의 사악함을 보지 않고 자기가 듣고 싶은 달콤한 말만 들었어요. 그 결과 리어 왕은 두 딸에게 버림을 당했지요. 이 모든게 리어왕이 올바른 일을 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에요. 여러분도 어떠한 일을 판단하기 전에 이 일이 바른지 바르지 않은지 생각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