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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들려준 이야기> 2부 첫 번째 이야기

책 읽는 엘레나 2023. 8. 29. 06:31

첫 번째 이야기 '하늘나라에 가지 마'

추운 겨울밤, 어느 허름한 집에 어린 남매가 살고 있었어요. 오빠 달수는 일곱 살, 여동생 해수는 다섯 살이었습니다. 연탄불이 꺼진 방은 너무나도 추웠습니다. 달수와 해수는 담요로 몸을 싸매었지만, 추위는 가시지 않았습니다. 달수는 동생을 따뜻하게 해 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고민 끝에 달수는 일어나서 수건으로 나무 창틀의 틈을 막자, 그나마 나아졌습니다. 원래 달수네 식구들은 비록 가난하기는 했지만, 재미있게 살았어요. 하지만 달수네 아버지가 공장에서 일하던 어느 날, 사고로 손가락을 잃자 공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로 달수네 아버지는 새 일자리를 알아보았지만, 손가락 없이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기는 어려웠어요. 아버지는 우울증 때문에 날마다 술만 마셨습니다. 이렇게 되자, 달수네 집에는 연탄과 쌀이 떨어졌습니다. 어머니는 연탄과 쌀을 마련하려고 살림살이를 팔기 시작했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어머니는 이런 생활이 싫었던 나머지 집을 나왔습니다. 어머니가 집을 나간 뒤로 아버지는 술을 더 많이 마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달수의 아버지마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아침에 달수와 해수에게 식빵 한 봉지를 던져 주고 나간 뒤, 밤이 늦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참다못한 달수와 해수는 아버지를 찾으러 거리에 나왔습니다. 큰 길가에 있는 술집마다 들어가 봤지만, 아버지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결국 달수와 해수는 아버지를 찾지 못한 채 다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집 앞에 거의 다 왔을때, 달수가 주인집 아주머니가 버린 연탄재를 찾았습니다.

혜진이 오빠 달수가 아직 믿음직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작은 연탄재 하나로 손은 조금 녹일 수 있었지만, 온 몸을 녹일 수는 없었어요. 그러자 달수는 목도리를 벗어 연탄재를 감싸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집으로 들고왔습니다. 그러고는 부엌에서 쟁반 하나를 가져다가 그 위에 연탄재를 올려 놓았습니다. 달수는 동생의 추위를 조금이나마 해결해 줬다는 생각에 흐뭇했습니다. 달수와 해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불이 꺼져가는 연탄재 구멍만 바라보았습니다. 한참 동안 말없이 앉아 있다 보니, 해수는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해수가 오빠에게 소곤소곤 말했습니다.

오빠는 하늘나라에 가지마. 꼭 나랑 같이 있어야 해. 알았지?

해수는 오빠와 새끼손가락까지 걸고 약속한 뒤에야 마음 놓고 웃었습니다. 어느덧 아침이 되었습니다. 연탄불에 갈러 나온 주인집 아주머니는 달수네 방이 너무 조용한게 이상해서 방문을 열어 보았습니다. 방 안에는 달수와 해수가 꼭 껴안은 채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인집 아주머니가 아무리 힘들어도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달수가 연탄재를 방으로 가지고 온 날 밤, 덜 꺼진 연탄재를 방 안에 두었기 때문에, 방안 가득 가스가 퍼졌던 것이었습니다. 달수와 해수는 간밤에 그 연탄가스를 마시고 함께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만약에 다른 어른들이 조그마한 관심을 주었더라면 달수와 해수는 죽지 않았을 거에요. 달수와 해수의 부모님은 너무 무책임했어요. 자기 혼자 살겠다고 자신들의 자식들을 버린 부모들은 두고두고 후회할 거에요.